왕십리역 11번 출구 가까이 40년 넘게 노점을 하는 1939년생 김종분 씨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옥수수를 삶고 떡을 굽습니다. 영화는 김종분 씨, 같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팔순 구순 '할매'들의 유쾌하고 다부진 하루하루를 쭉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참 지나.. 김종분 씨가 1991년 5월 25일 대한극장 앞에서 시위 도중 경찰의 토끼몰이 폭력진압에 쓰러져 질식해 사망한 고 김귀정 열사의 어머니라고 밝힙니다. 저는 어떤 영환지 대략 알고 갔지만, 모르고 본 관객은 많이 놀랐을 겁니다.
그런데 저도 놀랐습니다. '열사의 어머니'로서가 아닌 김종분 씨의 삶을 그려내는 방식에 말이죠. 평범하고 가난한 한 여성이 어떻게 악착같이 노동하며 살았고, 자식을 빼앗기고 어떤 투사가 됐는지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녀는, 동료 할머니들과 같이 지금도 끈질기게 그리고 유쾌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가슴의 슬픔을 영화를 보는 이라면 못 느낄 수 없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이 모두를 묵묵히 지켜보며 작업했을 김진열 감독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같이 하던 공동육아어린이집 동문들이 대관 상영회를 열어 가까운 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한지 10년 돼가지만, 인연은 이어져 이처럼 좋은 시간을 나누네요.
영화 개봉관이 줄기 전에 영화관을 많이 찾아주세요. 사과 한 마디 없이 천수를 다 한 두 독재자에게 분했다면, 여든 셋 씩씩한 김종분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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