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오찬호 작가가 저를 지지하는 글을 썼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오찬호 작가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정상성 강요를 지적해온 비판적 사회학자입니다. 동생은 세상이 조금 더 올바르게 나아지길 바라며, 아니면 사람들이 '당연한 일상'에 불편함을 느끼기 바라며 활발히 저술활동을 해왔습니다.
제가 출마를 알리자 동생은 꽤 놀라더니, 곧 자신이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틈틈이 동생은 전화로 선거운동에 대해 조언했고, 이처럼 고마운 글로 지지를 밝혀줬습니다. 독자와 널리 소통하는 것이 업인 작가가 특정 후보, 그것도 소수정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건 가족이라 해도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또 동생이 단지 가족이라고 지지를 밝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기본소득으로 차별과 불평등을 타파해보겠다는 형의 결심을 지지해준 오찬호 작가에게 한번 더 감사를 전합니다. 꾸준한 작가적 성취를 기대하며, 그 성취에 비해 덜 주목받아온 비범한 외모도 늘 그대로이길 바랍니다.
지지에 값하는 대선 후보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 * *
# 매우 사적인 대선후보 지지선언
전화가 왔다. 일 년에 한두번 통화하는 형이었다. 서로 사십 넘어가면서는 얼굴 보는 것도 드물다. 산속이라 전화가 자꾸 끊겨 어쩔 수 없이 종료 버튼을 눌렀다. 또 울린다. 왜 그러지? 무슨 일이 있나? 겨우겨우 수신 가능한 곳을 찾아 지금 통화가 힘들다고 짧게 문자를 남겼다. 하산을 하면서 답을 읽었다. ‘이번 대선에 나가기로 했어.’ 엉? 헉! 뭐?
대부분에게 대통령이란 단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마지막 장래희망으로 언급되고는 ‘개인적인 관계’에서 해석될 성질이 아니다. 그건 크립톤 행성의 기운을 받은 부모가 호랑이가 안방에 어슬렁거리는 태몽을 꾸고 낳은 아이의 파란만장한 운명 아니었던가. 우주의 신비와 만물의 기운을 받았다는 자만이 도전한다는 그 자리다. 삼라만상을 꿰뚫는 박학다식, 동지와의 도원결의, 정적의 박해와 믿었던 이의 토사구팽으로 사면초가를 겪지만 화려하게 부활하여 시대의 부름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등등 삶 자체가 위인전 목차와 같은 이들에게나 어울리는 게 대통령 아니었던가. 아니니, 당황스러웠다.
내 일상은 간단명료해졌다. 어디서 캠프 자문 들어오라는 연락을 몇 번 받았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다. 대선후보 비판하는 토론회 나오라는 방송국 연락도 있었지만 '저기, 형이 대선에'라고만 말해도 알아서 끊는다. 이건 사소한 것이고, 가족의 묘한 관계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아이들에겐 큰아버지의 행보를 어떻게 말해야 하나, 조카들은 무탈한가, 형수님은 득도라도 했나,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을까, 걱정과 격려를 적절히 반죽해서 드러냈을까, 후원금은 얼마를 보내야 하나, 지인에겐 어찌 말하지, 지자체 선거의 다섯 번째 투표용지에 찍을 사람 고르는 것도 아닌데 내 얼굴 보고 어찌 안 되겠냐고 부탁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그 정도 부탁도 못 하는 사람이었네 등등. 번민에 자학까지, 묘했다.
본인은 더했을 거다. 당선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왜 나오는지가 정말로 궁금하다는 무례한 이들에게 웃으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는 위치가 되었으니 선거가 끝나면 보살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완주할 모양이다. 언론의 관심 따윈 계산하지 않고 매일 ‘아무도 관심 없는’ 여기저기를 묵묵히 방문한다.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하는 상위 랭커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서 마다하는 곳이다.
언론은 1번 후보가 점심으로 감자옹심이를 먹는 일정을 알리고 2번 후보가 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것을 보도하지만, 공중부양도 못하는 군소후보에게는 관심이 없다. 주목받고자 지지율 3위 후보는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4선 의원의 4위 후보는 칩거하니까 그제야 기자들이 취재한다. 여론조사에도 등장하지 않는, 몇 번인지도 모르는 후보가 낄 틈이 없다. 당당하고 공정하게 토론하자는 분명 타당한 외침은 대한민국의 주류 정치 안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에 나와야지만 어젠다가 던져지기에 선택했을 거다. 불평등을 없애는 새로운 씨앗을 심을 기회라고 여겼기에 무거운 짐을 외롭게 들었을 거다. 이런 무모함이 모여야지만 한국의 정치지형에 균열이 생길 것이기에 허허벌판과 마주했을 거다. 이 조각은 대단하지 않지만, 그게 없는 민주주의가 완성품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러니 길에서 마주하면 고생한다고 속으로라도 생각해주길. 참고로 내 이름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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