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오준호/오준호의 일상

끝내 울게 만들고 마는 영화 <태일이>

기본소득당 오준호 2021. 12. 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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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가슴을 두드리는 바람에 결국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부드럽고 담백한 작화가 큰 몫을 했습니다. 책으론 떠올리기 힘든 그 시절 모습, 특히 봉제공장 내부가 눈앞에 펼쳐져 더 몰입했네요.

태일이와 친구 영미는 평화시장 옥상에서 원단 부스러기를 하늘에 날립니다. 감옥 같은 공장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부스러져가는 삶과 꿈을 뜻하는 것일까요. 장면의 여운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이 장면으로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전태일이 죽고 세월이 흘렀지만 노동자의 현실은 안 변했다, 이 말은 참 진부합니다. 하지만 그 진부함이 안타깝게도 진실입니다.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임금 수준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시각은 그대로입니다. 노동자는 여전히 소모품처럼 취급됩니다.

영화를 보기 전 하남 하수처리장 및 쓰레기처리장을 방문해 환경시설노동자들과 만났습니다. 인근 주민이 악취가 난다고 민원을 넣으면 하남도시공사는 즉각 시설 문을 닫아 악취 발생을 차단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악취를 맡으며 일하는 내부 환경은 개선하지 않습니다. 첨단처리시설이라 자랑하는 공간에는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 하나 제대로 없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의 이 외침은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사회에서 자꾸만 되풀이될 겁니다. 전태일을 새롭게 보여주는 작품은 다시 등장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겁니다.

선본 동료들과 영화 <전태일>을 함께 관람했습니다. 바쁜 일과와 업무로 많이 지쳤을 동료들이 잠시 휴식하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전태일에 대해 알거나, 혹은 잘 모르더라도, <전태일>에서 뜨겁고 다정했던 한 인간의 이야기를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