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얼굴을 가졌던, 존엄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대학로 풀무질에서 열리고 있는 비질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비질이라는 말이 여전히 생소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 있는 도살장에 찾아가 축산업의 현실을 직면하며 기록하는 활동을 비질이라고 합니다. 전시장에 가기 전, 미리 공개된 홈페이지를 통해 전시를 둘러보고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볼지 알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전시장에서 제가 경험한 것은 전혀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사진만 보았을 때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말이 떠올랐었지만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것은 말 그대로의 비명, 고통의 신음이었습니다. 이 선명한 비명을 인간이 지웠던 것뿐입니다. ‘극도의 권리는 극도의 불의이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권리는 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