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출신
"분배계획 논의되길 기대했지만
대선이 의혹 올림픽 돼 버렸다"
기본소득 의제 공론화 위해 출마
"심상정, 이름만 기본소득 정책
김종인표 기본소득은 짝퉁"
여당과 제1야당의 대선후보 이야기가 넘친다. 군소정당 후보들은 소외됐다는 말이 흔히 나온다. 그중 한 명이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46)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 후보는 낯선 여의도에서 낮은 인지도로 고전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선례를 줄 것"이라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23일 그를 만났다. '비호감 월드컵'이 돼 버린 21대 대선에서 그는 기본소득이라는 의제가 공론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 기본소득당 유일한 의원인 용혜인 의원이 아니라 비서관인 오 후보가 출마한 이유는.
▷'모시던 주군 대신 보좌진이 나오냐'는 댓글도 봤다(웃음). 나는 기본소득 전문가라고 얘기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여러 강연도 많이 했다. 용 의원실에 와서는 기본소득 입법 설계도 내가 했다. 출마 선언 하니까 어떤 기본소득 지지자는 "진짜가 나타났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직접 출마까지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데 용 의원 등의 간곡한 요청 끝에 고심하다가 출마하기로 했다. 용 의원, 신지혜 상임대표는 피선거권 나이 제한(40세 이상)이 걸려 있다.
- 단순히 요청 말고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있을 텐데.
▷이번 대선이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번 대선은 반드시 담대한 분배 계획에 대해 논쟁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의제는 숨어버리고 의혹 올림픽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표를 의식해서겠지만 기본소득 의제를 숨기거나 후퇴시키는 느낌이 있다. 이대로 선거가 끝나면 기본소득 의제 자체가 10년 퇴보할 수 있고 복지국가에 대해 시민들이 정치적 냉소를 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울대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다. 다른 길도 있는데 정치·대선이란 길을 택한 이유는.
▷인생이란 게 살아온 경험과 깨달음의 연속성에 있는 것 같다. 청춘 시절에는 사회운동을 했고 그다음에는 글을 쓰려는 욕망이 있어서 책으로 나를 알리고 좋은 지식과 진실 알리고 싶었다. 오랫동안 작가로 활동하면서 나름 1인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글 쓰고 강연으로 유통시키는 과정이 형성됐다. 이 길로 작가라는 커리어로도 삶의 의미와 안정성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그러다 용 의원이 국회에 진출하면서 함께 기본소득을 입법화해보자고 했다. 작가 커리어도 있지만 그간 이야기하고 다녔던 기본소득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다면 도전할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선 출마는 더 큰 도약이지만 격동의 시기를 잘 지나오면 이런 평범한 사람도 대선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선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 이재명 민주당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기본소득을 말하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이 후보는 약한 기본소득이다. 심 후보는 기본소득이 아니다. 이 후보 기본소득과 내 기본소득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기본소득의 목표가 다르다. 나는 1인당 월 65만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65만원 이상은 돼야 숨통이 트이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로 이행할 수 있다. 그에 반해서 이 후보는 연 100만원이니까 월 8만원 수준이다. 그것으로는 기본소득의 장점과 매력을 살리기 어렵다.
두 번째는 기본소득 갖고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하는지가 다르다. 이 후보는 소비지원금, 즉 골목경제를 살리는 쿠폰 느낌이다. 이재명식 소주성의 보완재인 것이다. 나는 기본소득을 갖고 현재 대한민국을 더 나은 선진 복지국가, 녹색국가, 성평등국가로 가자는 것이다. 급진적으로 부를 재분배해야 하고 기업에 탄소배출 책임을 물어 기후위기에도 대응해야 한다. 또 기술혁신의 성과가 기본소득 형태로 국민 경제에 순환돼야 삶이 안정되고 혁신이 가속화된다.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뛰어넘어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 후보는 기본소득이 아닌 정책에 기본소득 이름을 붙였다. 기본소득이 사회 흐름이니까 여기에 편승해 여러 다른 정책을 묶어서 기본소득이라고 얘기해서 안타깝다. 시민최저소득 100만원도 빈곤한 사람에게 더 지원하자는 취지지만 워킹 푸어 대다수가 지원을 못 받는다. 기본소득은 사각지대도 없고 단순 명쾌하고 중상위층까지 다 수혜 대상으로 만들 수 있어서 그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유인도 제공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더 낫다
-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두껍게 지원하는 방법이 낫지 않나.
▷복지정책에서 중요한 논쟁이긴 한데 모두에게 주는 기본소득이 저소득 선별 복지보다도 지속적이고 확장성이 크다. 코르피와 팔메의 법칙에 따르면 선별복지국가와 보편복지국가를 비교해보면 보편복지국가가 장기적으로 복지 지출이 더 늘어났다. 지원 대상을 좁히면 더 많이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종이 한 장 차이로 못 받는 사람 다수 생긴다. 이 사람들이 불만을 가져 납세 기피 유인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그 제도를 지속하거나 복지 지출을 확장하기 어렵다. 복지학에선 이런 말도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가난한 정책이 된다.'
- 그래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 같은 사람한테도 월 65만원을 줄 필요가 있는가.
▷우리나라 현행 복지제도에서도 이 부회장에게 돈을 준다. 이 부회장이 나이 든다고 가정해보자. 이 부회장이 물론 지하철을 탈 일은 없겠지만 지하철을 탄다면 이 부회장한테만 요금 내라고 안 한다. 부자니까 빼고, 정규직이니까 빼고 하면 걸러내는 행정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항상 공정 시비가 붙는다. 그 사례를 이미 몇 달 전 재난지원금 88% 논쟁에서 봤다.
- 재원 마련 방법이 있나.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이 가장 큰 핵심 수단이다. 토지세, 탄소세, 지식세(시민세)를 기본소득 토지세로 활용할 것이다. 2026년 기준 토지세로 50조원, 탄소세로 40조원 정도 부과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게 주된 재원이고 13월 보너스라고도 하는 비과세 혜택을 줄일 것이다. 비과세 감면 제도가 역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데 축소해야 한다.
- 선거는 이기려고 나오는 건데 녹색당 등 다른 군소 정당들과 힘을 합칠 생각은 있나.
▷ 합당이나 단일화 문제는 공통된 의제 목표가 없으면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거대 양당 안티 연대는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정치 공학이나 이해득실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의제를 놓고 정치적 연대를 논의해보는 등 열린 자세로 협의할 수 있지만 일단 뭉치자, 3지대를 만들자는 제안은 깊이 생각 안 했다.
- 거대 양당 후보와 정책 연대 가능성도 있나.
▷이 후보가 기본소득에 대해 기본소득당만큼 높은 의지가 있었으면 출마를 더 망설였을 수 있다. 이 후보는 국민이 반대하면 기본소득을 안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토론을 해서 국민이 기본소득에 갖고 있는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 윤 후보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합류했다. 이 분이 과거에 기본소득을 다루긴 했는데 저희는 '짝퉁'이라고 부른다. 양당 후보 모두에게 공동으로 누가 이기든 기본소득위원회를 정부 차원에서 구성하고 공론화해 아래로부터 기본소득 논의를 하자고 제안한다. 복지국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지금 현실보다 조세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말을 못하는데 정직하게 복지국가 만들겠다고 약속을 함께하고 같이 설득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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