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본소득당 대통령 후보 오준호입니다. 어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내놓은 소득보장 정책에 대해 제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심 후보는 누구든 소득상실로 삶이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이른바 시민평생소득을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시민평생소득은 시민최저소득, 전국민 소득보험, 범주형 기본소득 이렇게 셋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이번 대선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떤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한가’로 치열하게 논쟁해야 마땅합니다. 저는 이미 전국민 1인당 65만원 기본소득 보장을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심 후보도 자신의 소득보장 정책을 제시해주신 것에 적극 환영합니다.
그러나 심상정 후보 정책을 보고 저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과감한 불평등 해소 기획이 아니라 땜질식 빈곤 구제책이었습니다. 국민 갈라놓는 88% 재난지원금의 심상정 버전이었습니다. 재원마련 계획도 없는 허술한 대책이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이것저것 다 모아 기본소득 이름만 붙인 무책임한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모든 시민에게 1인당 월 65만원>을 주장합니다. 심 후보는 <모든 시민에게 최저소득 월 100만원>을 말합니다. 액수만 보면 심 후보가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착시입니다. 정책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심 후보 정책에서 실제 아무도 100만원을 받지 않습니다. 시장소득이 없는 기존 복지수급자는 이미 받던 생계급여와 100만원의 차액만 받을 뿐입니다. 시장소득이 200만원 언저리인 근로빈곤층은 고작 10만원 내외 푼돈을 받고, 그나마도 200만원부터 조금이라도 시장소득이 높으면 제도에서 배제되고 세금부담만 집니다.
근로빈곤층을 포함한 대다수 중간소득계층은 부담은 늘고 혜택은 없는 제도, 이것이 과연 현 제도보다 정의롭습니까? 시민최저소득은 선별적이고 보충적인 기존 복지구조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사각지대만 약간 보완했습니다. 그러면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집니다.
첫째, 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시민최저소득은 모두 노동하여 기본 생계를 해결한다는 전제에서 모자라는 소득을 채워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사람은 노동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100만원을 버는 사람은 국가에서 50만원을 지원받아 150만원이 되는데, 그가 노동하여 50만원을 더 벌면 총소득이 175만원이 됩니다(150만원과 200만원의 차액의 50%만 지급). 일하지 않고 150만원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200만원 이상인 사람은 노동시간을 전혀 줄일 수가 없습니다. 기준소득 이하로는 일할 동기가 안 생기고, 위로는 여전히 과로하며 이 제도에 반대할 겁니다.
둘째, 시민최저소득 하에서 저소득층이 일을 안 하려 하면 예산은 급격히 늘어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 최초 모델을 감안해 심 후보 시민최저소득의 예산을 추정하면 약 35조~40조 규모입니다. 심 후보는 기존 복지 구조조정을 최소화한다고 했으므로 예산은 더 커집니다. 심 후보는 이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중위소득 증가를 고려해 최저소득 수준도 높이겠다는 것인지, 시간이 흘러도 최저소득 100만원에 맞추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전자라면 재원계획 없이 불가능하고, 후자라면 수혜대상이 점점 줄어 지금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다를 바 없어집니다.
셋째, 시민최저소득은 가구 단위 지급으로, 개인별 복지지원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합니다. 게다가 가구 구성원이 늘면, 1인 가구 각각 받는 금액을 합친 것보다 지원은 적어집니다. 심 후보의 정책은 가족 내 피부양자가 부양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문제이고, 가족을 각각의 1인 가구로 해체하려는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입니다. 저소득층일수록 가족 해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 오준호는 전 국민 기본소득 공약과 함께 기본소득 목적세 신설, 기존 소득세제 비과세·감면의 과감한 축소를 재원 계획으로 제시했습니다. 저의 기본소득 공약은 소수에게 집중된 부의 과감한 재분배 기획, 불평등을 해소하는 기획입니다. 그러나 심 후보는 증세를 비롯한 재원마련 계획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를 통폐합한다고만 합니다. 기존 복지보다 더 주겠다면서 기존 복지 통폐합만으로 어떻게 재원을 확보합니까? 재원 계획이 없다면 무책임하고, 세우고도 표를 의식해 밝히지 않는다면 비겁합니다.
또 심 후보는 각종 참여수당, 청년에게 목돈을 주는 기초자산도 범주형 기본소득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범주형 기본소득은 전 국민 기본소득으로 가기 전 특정 인구집단에게 먼저 제공하되 적어도 그 집단에는 조건 없이 모두에게 주는 정책입니다. 언론 보도만 검색해도 이 개념이 정착되어 있음은 확인됩니다. 심 후보는 정말 모르고 그러는 것입니까, 아니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기본소득으로 착각해주기 바라며 정략적으로 그런 것입니까?
정책에서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개념에 혼란을 주면 정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 효과 추정, 예산 계획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 후보는 범주형 기본소득의 하나로 적정 수준의 기초연금 인상을 말하는데,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입니까, 지금처럼 선별적 기초연금입니까? 참여수당은 시민최저소득과 별개입니까, 아니면 시민최저소득을 받는 사람은 참여수당을 벌면 국가의 최저소득 지원금이 줄어듭니까?
저는 고용보험을 소득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 참여수당 도입도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시민최저소득, 전국민 소득보험, 여러 참여수당을 도입하는 데도 막대한 예산이 듭니다. 그렇다면 증세에 훨씬 유리하고, 사각지대가 없고 제도가 단순하며, 실업의 덫을 만들지 않는 기본소득이 훨씬 낫습니다.
심상정 후보님께 간곡히 묻습니다. 불평등의 벽을 깨야지 그 벽에 기대어 그저 조금 더 나은 빈곤 구제책에 머물러서 되겠습니까. 심지어 그 정책도 재원 대책과 증세 계획 없이 허공에 집을 짓는 것처럼 제시해서야 되겠습니까. 기본소득 개념을 멋대로 뒤틀어 유권자의 혼란을 일으켜 이익을 얻으려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한 적 있는 행보를 따라가시렵니까.
부디 정의당 후보다운 정의로운 모습, 담대한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기본소득당 저 오준호는 언제든 치열한 정책 경쟁으로 화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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